햇살 가득했던 일요일, 합정 티에리스(Tieris) 에서의 한 잔의 티

지난 일요일, 날씨가 너무도 좋아 어딘가 조용하고 기분 좋은 공간이 그리웠어요.
그렇게 찾은 곳은 합정동 7층에 위치한 싱글 에스테이트 티 전문점 '티에리스(Tieris)'.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심스레 문을 열자, 조금은 낯설지만 고요한 티룸의 공기가 반겨줍니다.

위치 & 운영 시간

  • 위치: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84, 7층 (합정역 7번 출구 도보 3분)
  • 운영 시간:
  • 수요일 ~ 일요일, 오후 12:00 ~ 7:00
  • 월요일, 화요일 휴무

 

 

이 빌딩 7층입니다.

 
점심시간 즈음 방문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첫손님입니다.
7층이라는 위치, 주변에 초등학교 등 높은 건물이 없는 점 등으로 탁트인 뷰 덕분에 들어오는 햇살을 온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

 

 

티에리스(tieris)는 2009년 문을 연 싱글 에스테이트 티 Single Estate Tea 전문점입니다.
영국 홍차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세상의 모든 차밭들을 여행하며
티 플렌테이션(tea plantation)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합니다.
티에리스의 모든 차들은 단일 배치 single Batch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차입니다.
티에리스의 티 라운지에서 일기일회의 차를 만나보시길요.

 
이 안내 문구처럼, 티에리스는 단순한 찻집이 아닌
‘차의 여정’과 ‘찰나의 인연’을 함께 경험하는 공간같은 느낌이었어요.
모든 차는 ‘단일 배치(single batch)’로 선보인다고 설명하며,
‘한 잔의 티’가 가진 깊이와 스토리를 전하는 것 같았어요.
 
 

티 마스터께서 티를 만들어주시고 주문도 받는 테이블입니다.

 

🍵🍵🍵🍵🍵🍵

 

[오늘의 초이스]

1. 다르질링 세컨드 플러쉬 시요크 스트로베리 풀 문 2023
(제비꽃과 추희 자두, 산딸기 소르베, 유월의 붉은 보름달 아래 신비로이 빛을 발하는 초여름의 무스카텔)

 
티 메뉴판 속 소개글만으로 이미 매혹적이었어요.
유월의 붉은 보름달 아래 빛나는 무스카텔 향기…
너무 시적으로 표현되어 잠시 멈춰 읽게 된 티.
 
마시자마자, 정말 여름 과실의 상큼한 기운과 함께
부드러운 풀잎 향이 기분 좋게 퍼지더라고요.
무겁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깔끔한 맛이었어요.

 

2. 정산소종 ‘작야우’

 

(중국 복건성 무이산 동목촌에서 소나무 장작을 사용한 전통 연루배건 방식으로 건조한 세계 최초의 홍차)

 
세계 최초의 홍차라니, 그 역사성만으로도 설렘 가득한 한 잔.
입에 닿자마자 퍼지는 은은한 스모키함과 무게감.
긴 여운을 주는 찻잔 속에서 시간의 흔적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작야우'라는 이름도 아름다웠고요.

 


티 주문을 마치고 서빙을 기다리는 동안
양해를 구하고 이 공간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습니다.

 

🧱🧱🧱🧱🧱🧱🧱🧱🧱🧱

 

 
인더스트리얼한 무채색 계열의 벽, 노출 천장, 그리고 깔끔한 조명.
전형적인 티룸과는 다소 결이 다른 인테리어였지만,
그 낯섦이 티에리스의 진중한 티에 대한 철학(?)과 조화를 이루며
오히려 ‘정갈한 멋’으로 다가왔어요.
 
저희가 첫 손님이었는데, 앉아 있는 내내 조용히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오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이 얼마나 사랑받는지 느껴졌답니다.




짜잔~~~!!
드디어 주문한 두개의 티세트가 나왔어요.
맛과 향만큼이나 근사한 플레이팅 ♥

 

 
휴일 햇살드는 창가에서
이렇게 예쁘고 맛있고 향기로운 차와 함께하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행복 까이꺼 뭐 있습니다 크크크
 
수다 8, 공부 2로 조합하다보니(ㅎㅎㅎ)
달달이가 생각나 디저트로 스콘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메뉴판에서도 보셨겠지만 디저트는 딱 하나 입니다.

티와 환상의 조합, 스콘 플레이트

함께 주문한 스콘 플레이트
직접 만든 라즈베리 로즈 잼과 클로티드 크림이 함께 플레이팅 되어 나와요.
라즈베리 로즈 잼이 정말! 정말! 너무 맛있어서,
결국 한 병 포장해 집으로 데려왔다는 후문.
(티룸에서 구매 가능하니 저처럼 반하신 분들 꼭 챙기세요!)
 

 

여기서 잠깐!
소소한 질문 하나!
여러분은 스콘에 잼을 먼저 바르시나요, 아니면 클로티드 크림을 먼저 바르시나요?
 
영국에서도 이걸 두고 끊임없이 논쟁이 있었죠.
콘월식은 잼 → 크림, 데번식은 크림 → 잼.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저는… 그냥 맛있게 발라먹는 쪽입니다 😊


소소한 상식 하나!

영국의 스콘 먹는 방식 논쟁, 바로 콘월식(Cornish) vs 데번식(Devonshire)입니다.
두 지역 모두 영국 남서부에 위치해 있고, 전통적인 크림 티(cream tea)의 본고장이죠.
그런데 스콘에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어느 순서로 바르냐를 두고 아주 오랫동안 유쾌한 논쟁이 있었어요.


◆ 콘월식 (Cornish style): 잼 먼저, 그 위에 크림

  • 순서: 스콘 → 잼 → 클로티드 크림
  • 철학: 잼을 먼저 얇게 발라서 ‘단 맛의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크림을 얹어 ‘부드럽고 고소한 마무리’를 한다는 개념.
  • 잼이 ‘버터처럼 기본’이고 크림은 ‘토핑’이라는 느낌.
  • 비주얼적으로도 크림이 위에 올라와 더 크리미하고 볼륨감 있어 보여요.

비유하자면  → 식빵에 잼 바르고 생크림 한 숟갈 올린 느낌이에요
 
데번식 (Devonshire style): 크림 먼저, 그 위에 잼

  • 순서: 스콘 → 클로티드 크림 → 잼
  • 철학: 크림을 버터처럼 먼저 두껍게 바르고, 그 위에 잼을 얹어 풍미를 더한다는 개념.
  • 클로티드 크림을 잼이 눌러주는 느낌.
  • 크림이 더 단단한 질감이기 때문에, 바르기 쉽고 스콘이 덜 부서지기도 해요.

비유하자면 크림치즈 바른 베이글 위에 블루베리 잼 얹는 느낌!
 
어느 쪽이 더 맛있을까요?
 
사실 맛은 호불호의 영역이고, 영국에서도 여전히 각자 자기 고장을 지지합니다 ㅎㅎ
영국 왕실은 데번식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다이애나 비 전 왕세자는 콘월식을 선호했다고도 해요.
 
직접 해보시면 느낌이 확 달라져요!

  • 크림을 위에 올리면 더 고급스럽고 리치한 비주얼
  • 잼이 위에 올라가면 더 발랄하고 컬러풀한 느낌

 

소소한 상식 두울!

싱글 에스테이트 티란 “하나의 농장, 하나의 시기, 하나의 기후 조건에서 수확한 찻잎만으로 만든 차”
를 의미해요. 즉, 여러 농장에서 섞어 만든 블렌디드 티와 달리, 그 특정한 ‘밭’과 ‘시기’의 향미를 고스란히 담은 매우 개성 있는 차예요.
 
왜 특별할까요?

  • 단일 원산지 → 그 지역의 기후, 토양, 고도, 햇빛 등이 고스란히 반영돼요.
  • 마치 와인에서의 '떼루아(Terroir)'처럼요.
  • 같은 지역이더라도 해마다 맛이 달라질 수 있어요.
  • 그래서 ‘빈티지’처럼 연도별 차이를 즐기는 티 애호가들도 많죠.
  • 믿을 수 있는 산지 정보와 스토리가 함께 주어지기 때문에
  • “이 찻잎은 인도 다르질링의 시요크 농장에서, 2023년 여름, 이른 새벽에 수확되었습니다.” 같은 디테일한 설명이 가능해요.
티에리스에서 마신 차들은 모두 ‘싱글 에스테이트 티(Single Estate Tea)’로,
마치 포도밭을 구분하듯, 하나의 찻밭에서 수확된 찻잎으로 만들어진 티예요.
그래서 그 해의 햇살과 바람, 흙냄새까지 담아낸 듯한 고유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하루 중 단 한 잔, ‘일기일회’의 마음으로 마시는 티.
티에리스는 그런 순간을 선물하는 공간이었어요.
도심 속에서 마주한 고요한 오후.
햇살과 바람, 그리고 차 한 잔이 어우러진 이 시간은
정말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